경매 넘어간 부동산 급증… 5대 은행, 10조원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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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욱(가명) 씨는 2017년 서울 성북구의 주상복합상가 내 지하 점포를 4억 원에 사들이면서 하나은행에서 2억2000만 원의 담보 대출을 받았다. 이곳에서 몇 년간 스포츠 오락 시설을 운영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급락했고 대출 원금과 이자조차 못 내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하나은행은 채권 회수를 위해 해당 점포를 경매에 넘겼고 2022년 초 첫 경매가 시작됐다. 그런데 3억7000만 원이던 최초 입찰 가격이 여러 차례 유찰을 거듭하며 7000만 원대까지 떨어졌고, 지난달 진행된 경매에서도 응찰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나은행으로서는 채권 대부분을 손실 처리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3일 동아일보와 지지옥션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1월까지 2년 1개월간 경매가 개시된 부동산(주택, 토지, 상가 등) 매물 중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담보로 잡고 있는 채권(채권 최고액 기준)은 약 10조901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2년간 경매가 개시된 부동산 매물 중 5대 은행이 근저당권을 설정한 등기부등본 1만9745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또 이 중 5대 은행이 대표 채권자로서 경매를 신청하며 반환 청구한 금액도 1조8588억 원으로 나타났다.
김인중(가명) 씨는 20대였던 2019년 7월 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약 2억4000만 원을 받아 경기 용인시의 아파트(전용면적 84㎡) 한 채를 4억 원에 매입했다. 그 후 아파트값이 2021년 한때 7억 원까지 올라 김 씨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성공한 듯싶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졌고, 생활비 마련을 위해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추가 대출까지 일으켜야 했다. 결국 은행 측은 대출을 연체한 김 씨의 아파트를 경매에 넘겼다. 김 씨의 아파트 감정가는 6억 원에 육박했지만 경매가 유찰됐고, 이달 예정된 두 번째 경매에선 최저 입찰 가격이 4억 원까지 낮아졌다.
김 씨 같은 영끌족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고금리 직격탄을 맞아 쓰러지면서 부동산 경매가 급증하고 있다. 채무자들이 원리금 상환에 실패하자 돈을 빌려줬던 은행들이 담보물을 처분해 채권 회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담보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감정가를 낮춰도 경매가 유찰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담보 대출의 채권 회수에 실패한 은행들로선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출처 : 동아일보


